여론조사서 지방선거`‘야권 후보 단일화’`변수 돌풍 예고
2월 2일 6·2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벌써 관심은 선거 결과와 여야 간 승패에 쏠리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과 남북 정상회담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대형 현안들이 즐비해 어느 때보다 선거 구도가 요동칠 전망이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지대하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 결과는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걸 보여주지만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선거 초반 이같은 ‘통설’에 맞서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장광근 전 사무총장은 2월 1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현직 대통령들이 국민의 비판을 받던 때와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향후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오히려 여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전 총장은 당내 기구인 여의도연구소의 최근 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인용,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무려 20%포인트나 앞서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1월 28일 경기도당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해 “야당이 이번 선거를 정권 중간 심판이라 규정하며 다른 야당과 함께 연립지방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권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실제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섣불리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 초반이지만 여론의 흐름이 오히려 야당이 주장해온 ‘MB정권 견제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여당에 치명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 36%, 민주 19%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TNS코리아가 지난 1월 1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같은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내일 지방선거가 있고, 출마 후보가 인물 면에서 비슷하다면,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 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35.7%인 반면 ‘야권 단일 후보’라는 응답은 48.0%에 이르렀다.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가 ‘한나라당’ 36.0%, ‘민주당’ 18.8%, ‘지지정당 없음’ 26.7%로 나온 점을 감안하면 무당파들이 대거 ‘야권 단일 후보’로 결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역적으로도 ‘야권 단일 후보’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앞섰다. 승패의 분수령으로 인식되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한나라당 후보’ 37.9%, ‘야권 단일 후보’ 44.3%, 인천·경기는 ‘한나라당 후보’ 34.7%, ‘야권 단일 후보’ 49.6%로 조사됐다. 같은 영남권이라도 부산·경남(PK)과 TK는 기류가 달랐다. TK는 ‘한나라당 후보’ 61.0%, ‘야권 단일 후보’ 27.1%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후보’ 승리 지역으로 나타난 반면, PK는 ‘한나라당 후보’ 35.2%, ‘야권 단일 후보’ 47.6%로 여타 지역과 똑같은 흐름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야권 단일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엇갈렸다. 19세~20대와 30대, 40대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 지지율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40대의 선택.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승리’의 견인차가 됐던 40대는 이번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34.0%, ‘야권 단일후보’ 55.4%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MB 일방통행 정책 견제해야” 52%
이러한 여론 흐름은 이번 선거의 성격과 목표에 대한 여야의 주장 어느 쪽에 더 많이 공감하느냐를 물어본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즉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견제론’과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힘있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지역발전론’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느냐고 물어본 결과 ‘견제론’에 ‘동의한다’(51.8%)가 ‘동의하지 않는다’(38.8%)보다 높은 반면, ‘지역발전론’은 ‘동의하지 않는다’(52.4%)가 ‘동의한다’(38.9%)보다 높았다. 이 경우에도 지역적으로는 TK에서만 ‘지역발전론’에 ‘동의한다’(58.1%)는 답이 ‘동의하지 않는다’(37.5%)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도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지역발전론’에 ‘동의한다’는 답이 ‘동의하지 않는다’보다 높은 반면, 19세~20대와 30대, 40대에서는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이 더 높았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수도권 유권자들의 반응. 수도권 유권자들은 ‘견제론’에 대한 ‘동의’ 정도보다 ‘지역발전론’에 대한 ‘반대’ 강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견제론’에 대해 ‘동의한다’가 47.6%인 반면(‘동의 안 한다’는 44.1%), ‘지역발전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52.7%(‘동의한다’는 39.7%)로 ‘지역발전론’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야당의 논리에 동의한다기보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반감이 더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며, 결국 한나라당의 당선이 싫어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견제론’에 대한 동의가 ‘지역발전론’에 대한 반대보다 높은 충청과 강원·제주권은 야당 후보 자체에 대한 호감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호남권은 ‘견제론’에 대한 동의(65.8%)와 ‘지역발전론’에 대한 반대(68.4%)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한나라 vs 비한나라’ 대결구도로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2월 2일 ‘여론으로 보는 지방선거 구도 및 흐름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펴낸 정치컨설팅업체 ‘P&C’(대표 황인상) 박창수 전문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6년 지방선거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한나라당 우위 구도’ 대신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가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며 “지난해 4월 재보선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에서는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0월 재보선 당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안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에서 보듯 이번 선거에서도 야권이 분열되더라도 비한나라당 진영 유권자 다수는 야권 여러 후보 중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전략적 투표를 무력화시키거나 결집력을 낮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처음 도입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물어본 결과 ‘관심있다’는 대답이 50.7%로 광역단체장 선거 관심도(52.0%)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30대와 40대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30대 58.2%, 40대 59.5%)가 광역단체장에 대한 관심도(30대 49.1%, 40대 51.9%)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가 연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연령층을 집중 공략하면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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